빙하의 시대

어덯게 지구의 자전이 주기적으로 변하고 대륙 지각들이 제멋대로 움직이면서 기후변화가 일어나 드넓은 초원과 극지방의 빙원이 만들어졌을까?

1. 대륙의 형성

지난 2억 년 동안 지구의 지각들이 좀이 쑤신 듯 가만히 있지 못하더니 점차 쪼개져 오늘날의 거대한 대륙들이 되었다. 사실 이것이 지구의 생물들에게는 아주 좋았다. 어떤 생물이든 한 종류의 생물이 공룡처럼 육지를 지배하는 일이 훨씬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각이 쪼개지면서 바다와 대양은 천연 장벽이 되었다. 그리하여 새로운 유형의 생물들이 진화되어 나왔고, 많은 생물이 저마다 다른 서식지에서 번성할 줄 알게 되어 경쟁도 줄어들었다. 대륙이 흩어지자 강가와 바닷가, 습지, 염전의 수도 늘었고, 이것들은 모두 지구의 생물이 번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2. 기온의 하강

6550만 년 전에 공룡이 멸종했을 때 지구의 대기 속 이산화탄소의 양은 거의 3천ppm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1832년에는 284ppm으로 뚝 떨어졌다. 이산화탄소의 양이 줄어들자 같은 기간에 지구의 기온도 뚝 떨어졌다.

그런 대기의 변화기온의 변화는 주로 끊임없는 지각의 충돌로 일어났다. 인간 시간의 척도로는 지각이 아주 느리게 움직여도 지각의 충돌은 지구의 생물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약 9천만 년 전에는 인도 대륙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잘려나와 사실상 제멋대로 달리는 거대한 범퍼카가 되었다. 인도 대륙은 1년에 15센티미터를 달리는 유례없는 속도로 질주하다가 위쪽으로 살짝 돌며 약 4천만 년 전에 아시아 대륙과 충돌했다. 

장장 3천 킬로미터를 이동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인도 대륙이 다른 대륙들보다 얇아 그렇게 빠른 속도로 이동했을 거라고 믿는다. 인도 대륙은 아시아 대륙과 충돌한 뒤 지금은 1년에 5센티미터라는 좀 더 느긋한 속도로 북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인도 대륙이 자기보다 훨씬 크고 훨씬 느리게 움직이는 아시아 대륙과 충돌했을 때 지구에서 가장 큰 산맥이 만들어졌다. 히말라야 산맥이다. 과학자들은 히말라야 산맥과 엄청나게 높은 티베트 고원 탓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이 크게 감소해 지구의 기온이 뚝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3. 대륙의 충돌

높은 히말라야 산봉우리들로 인해 공기가 차가워지자 따듯한 인도양에서 올라오는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응결되어 어마어마한 계절풍이 만들어졌고, 이 계절풍은 인도와 티베트고원 남부에 짐을 부렸다.

비가 내리자 공기 속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았고, 이것은 결국 강과 시내를 통해 바다로 흘러가 해저에 침전되었다. 이산화탄소가 안전하게 대기에서 제거되자 지구는 더욱 차가워졌다.

한편 다른 땅덩어리들도 느리지만 무질서하게 지구를 가로질러 나아가다 서로 충돌해 이에 못지않은 결과를 낳았다. 인도 대륙이 아시아 대륙을 들이받았을 때쯤 아프리카 대륙은 자신을 아시아 대륙과 분리시킨 바다를 밀어올렸다. 그리하여 해저가 융기해, 테티스 해를 가로지르는 일련의 육교가 생겼다.

테티스 해는 한때 오늘날의 중동을 인도양과 연결시켰던 긴 물길이다. 아프리카 원숭이는 아마 그때 생긴 다리를 이용해 육로로 아시아에 들어가 우리 과인 유인원과의 첫 번째 구성원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최초의 낙타는 알래스카를 러시아 동쪽 끝과 연결시켰던 또 다른 육교를 통해 북아메리카에서 아시아의 초원으로 들어가, 결국 중동의 사막에 정착할 수 있었다.

4. 지각변동

아프리카 대륙은 이 충돌로 튕겨져나와 북쪽으로 밀리다가 유럽 대륙과 부딪혔고, 그 과정에서 오늘날 프랑스에서 스위스를 거쳐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까지 뻗어 있는 유럽의 알프스 산맥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약 2천만 년 전에 시작된 이런 일련의 연쇄 충돌로 아프리카 대륙이 중동으로 더 밀고 들어가는 바람에 테니스 해가 완전히 막혀버렸다. 이것은 결국 수에즈 운하의 건설로 다시 연결되었다.

600만 년 전에는 아프리카 대륙이 오늘날의 에스파냐 남부와 너무 가까워지는 바람에 대륙의 육중한 무게에 밀려 새로운 산맥이 솟아올라 지중해가 사방으로 육지에 둘러싸였다. 대서양과의 연결이 끊기자 지중해는 거대한 호수로 변했고, 점차 물이 말라 해저에 더러운 흰 바다소금만 켜켜이 남았다.

오늘날 어떤 곳에서는 이런 소금이 1마일 넘게 두껍게 쌓여있어, 전문가들은 이 분지가 100만 년 남짓 동안 마흔 번이나 물이 말랐다가 채워지기를 반복했을지도 모른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 지구는 거인들의 놀이공원에서 일어난 지각의 움직임을 동력으로 삼아 바다에서 엄청난 양의 소금을 제거했다.

5. 빙하의 시작

그러나 약 500만 년 전에서 300만 년 전에 한때 에스카냐와 북아프리카를 연결했던 산맥을 뚫고 마지막으로 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깎아지른 듯이 높이 솟아 있던 거대한 절벽들이 골짜기 바닥까지 아마 3천 미터나 아래로 고꾸라졌을 것이다. 3천 미터면 나이아가라 폭포보다 50배 이상 되는 높이다.

정확히 100년 만에 지중해 분지는 다시 한 번 물로 가득 찼다. 날마다 170세제곱킬로미터의 물이 거대한 폭포가 되어 떨어졌고, 이것은 아마 세계의 자연사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다. 지구는 세계의 맞은편에서 떠다니는 또 하나의 땅덩어리 덕분에 이미 빙하기에 들어가 있었다.

약 4천만 년 전에 남극 대륙은 남아메리카 대륙과 분리되어 남쪽으로 내려가 남극에 자리 잡았다. 남극 대륙이 남아메리카 대륙과 쪼개졌을 때 새로운 해협이 열렸는데, 이것이 오늘날 드레이크 해협으로 알려진 것이다. 이것은 유명한 영국 탐험가이자 해적이며 바다로 세계를 일주한 프랜시스 드레이크 경에게 발견되어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다.

남극 대륙이 이동하자 전에는 북쪽으로 이동해 태평양과 인도양의 따뜻한 물과 섞였던 남극 해의 차가운 물이 이제는 남극 대륙의 주위를 빙빙 돌았다. 그리하여 이 지역이 추워지자 한때는 열대였던 땅을 거대한 빙상이 덮었다. 오늘날의 남극 빙상은 1마일이 넘는 두께로 영국보다 50배나 넓은 땅덩어리에 펼쳐져 있다

이 드넓은 얼음 사막은 바다의 온도를 10도나 떨어뜨렸고, 새하얀 얼음은 햇빛을 공중으로 반사해 온도를 더 떨어뜨렸다. 남극이 눈부시게 반짝이는 얼음 모자를 쓰면서 지구는 새로운 빙하기에 들어갔고 이 모든 것은 결국 고삐 풀린 땅덩어리들이 제멋대로 돌아다닌 탓이었다.

6. 초원의 생성

기온이 내려간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바다에서 증발되는 물이 줄어든다는 말이고, 그렇게되면 많은 내륙 지방의 강수량이 줄어들게 된다. 오늘날의 드넓은 초원을 탄생시킨 것은 그런 조건이었다. 유지하는 데 훨씬 많은 강수량이 필요한 숲을 초원이 대체한 것이다. 

동물들은 이런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고, 공간이 탁 트이면서 생존경쟁이 심해지자 더 큰 종으로 진화하고 더 수가 많은 무리로 진화했다. 드넓은 초원은 새들에게 먹이를 먹는 곳을 제공했고, 새들은 가장 좋은 곳을 찾아, 그리고 가장 나쁜 곳을 피해 떼를 지어 이동하는 방식으로 빙하기의 힘든 상황에 대처했다. 씨가 풍부한 초원은 이동하면서 잠시 들러 배를 채울 수 있는 편리한 곳이었다. 초원은 결국 세계 지표면의 25퍼센트 이상을 덮게 되었다.

지구의 거대한 놀이공원에서 마지막으로 중요한 대륙 범퍼카가 된 것은 남아메리카였다. 약 300만 년 전에 남아메리카는 이웃에 있는 북아메리카와 충돌해 얇은 땅 조각을 매개로 해 북아메리카와 하나가 되었다. 이 충돌이 낳은 변화 역시 다른 충돌 못지않게 컸다. 그때까지 완전히 고립된 상태로 진화했던 포유류가 처음으로 두 대륙을 걸어서 오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어떤 것에는 기회가 된 것이 어떤 것에는 재앙이 되었다. 새로운 포식자가 들어오고 먹이 먹는 곳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졌다. 남북아메리카의 대교환이라고 하는 이 사건은 300만 년 전에 절정에 이르렀다. 

최대의 피해자는 남아메리카의 큰 유대류인 주머니사자와 코뿔소와 코끼리를 닮은 것들이었다. 이것들의 뼈는 지금도 화석이 되어 땅속에 흩어져 있다. 이것들은 거대한 고양이와 개, 곰 같은 북쪽의 사나운 침입자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멸종은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

7. 두번째 빙하시대

두 대륙의 충돌은 지구의 날씨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대서양의 해류가 육지에 가로막히는 바람에 이제는 태평양의 물과 섞이지 못하고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결과 새로운 날씨 체계가 씩씩거리며 나타났다. 멕시코 만류가 북쪽으로 따뜻한 공기를 퍼붓기 시작해 북서 유럽의 기온이 10도 이상 치솟았다. 멕시코만류는 수증기도 더 많이 가져왔다. 대서양에서 새롭게 증발한 것이었다.

이곳에서 형성된 구름은 바람에 날려 북쪽으로 가면서 추운 극지방에 이르자 비가 눈으로 변했고, 눈은 오랜 세월 차가운 바다에 켜켜이 쌓여 두꺼운 얼음덩어리가 되었다. 그 결과 300만 년 전에 지구는 두 뻔째 얼음 모자를 쓰게 되었고, 이번에는 북극에서였다.

남극뿐만 아니라 북극에서도 얼음 모자를 쓰게 되자 지구는 더욱 추워졌다. 기온이 뚝 떨어져 지구의 많은 부분이 말 그대로 꽁꽁 얼어붙었다. 극지방으로부터 거대한 빙상이 펼쳐졌고, 펼쳐진 빙상이 때로는 오늘날의 런던과 파리, 베를린, 모스크바까지 덮쳤다.

빙상은 캐나다의 드넓은 평원을 지나 오대호를 거쳐 뉴욕까지 손길을 뻗었다. 러시아의 대부분과 그린란드 전체가 얼음에 뒤덮였다. 수천 년 동안 전 세계의 바다가 두꺼운 얼음 덩어리였고, 1마일 이상 하늘 높이 치솟은 것도 많았다

많은 물이 얼어붙는 바람에 해수면도 엄청나게 낮아졌다. 오늘날의 영국 도버에서 프랑스 칼레까지 걸어서 갈 수 있었을 정도다. 영국 해협도 사라지고 얼어붙은 툰드라만 펼쳐져 있었다. 이 거대한 얼음벽이 끝나는 곳에서도 많은 것이 자랄 수 없을 정도로 추웠다.

북유럽에서는 기온이 섭씨 영하 80도까지 떨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바람도 시속 200마일로 후려쳤다. 거대하고 육중한 빙하도 움직였다. 이것들은 거대한 불도저처럼 느리지만 거침없이 육지의 옆구리를 할퀴며 나아갔다가 기온이 다시 오르면 후퇴했고, 녹으면서 지났던 자리에 담수호를 흔적으로 남겨놓았다.

이들 빙하는 영국의 호수 지방에서 스위스의 산골짜기까지, 북아메리카의 오대호에서 노르웨이의 피오르에 이르기가지 세계에서 가장 웅장한 호수와 골짜기 가운데 많은 것을 조각해놓았다.

8. 새로운 환경의 적응

이 같은 얼음의 정복지난 200만 년 동안 서른 번이나 일어났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얼음이 산에서 거대한 바윗덩어리를 수 마일이나 밀고 내려와 할퀴고 지나간 절벽에 온갖 뒤틀린 형상을 만들어놓았고, 땅도 엄청난 힘으로 내리누르는 바람에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후퇴한 뒤에 서서히 올라오기는 해도 그 속도가 매우 느렸다. 예를 들어 영국은 1만 년 전에 마지막 빙상이 후퇴한 뒤 지금도 계속 올라오고 있지만, 1년에 겨우 1밀리미터 높아질 뿐이다.

그러나 이런 거대하고 극적인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생물은 번성했다. 대대로 조금씩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자연의 변화 속도가 느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든 생물이 영향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열대는 여전히 따뜻했고, 열대 우림도 약 4천만 년 전 빙하기가 시작되기 전보다는 훨씬 줄었지만 그래도 일부는 남아 있었다.

이제 좀 더 시원하고 풀이 많은 시대가 되었다. 바다가 오르락내리락하며 다른 땅으로 가는 둑길을 열었다 닫았다 했고, 두꺼운 얼음덩어리가 규칙적으로 거침없이 왔다 갔다 했다. 인류는 바로 이런 극적인 세상에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