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의 시작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해빙기가 찾아온 뒤에 인간이 어떻게 여러 가지 생존 기법을 실험하다가 역사상 최초로 진화 과정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작하도록 시도하게 되었을까?

1. 인위적 선택

인류가 족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육식동물에 대한 무차별 살육이 인간의 역사와 지구의 역사에 끼친 영향이 아직 다 드러나지도 않았는데, 인간의 운명과 지구의 생태계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엮을 또 하나의 혁명이 시작되었다.

약 1만2천 년 전부터 인류의 역사는 자연의 진화 과정을 제어해 자신의 요구에 맞게 바꾸려는 최초의 시도들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것은 먼저 동물을 인위적으로 번식시키고 특수한 식물, 즉 식량 작물을 집중적으로 기르는 농사의 시작으로 나타난다.

자연 선택은 수십억 년 동안 지구의 생물을 변화시켜, 단순한 단세포 미생물로부터 열매를 맺는 버섯에서 뛰는 쥐까지, 끈적끈적한 민달팽이에서 독을 분비하는 독사까지 온갖 다양한 생물을 만들어냈다. 이런 변화는 세대 간의 유전적 차이에서 왔고, 이런 유전적 차이는 끊임없이 변하는 지구의 많은 환경에서 종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주었다.

그런데 약 1만2천 년 전에 인간이 처음으로 땅을 일구고 야생 동물을 길들이기 시작하면서 그러한 과정을 중간에 가로챘다. 사람들이 오늘날 ‘인위적 선택‘이라고 부르는 것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이 야생에서 가장 성공적인 표본을 선택해 번식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을 선택해서 기르고 번식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2. 정착생활

인위적 선택은 사람들이 정착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필요한 식량을 모두 한 곳에서 재배할 수 있어 한 곳에서 영원히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일 년 내내 마을에서 살며 최초로 집을 짓기 시작했고, 마을이 커져 작은 도시가 되고, 작은 도시가 다시 커져 큰 도시가 되고, 큰 도시들이 모여 국가가 되고, 국가들이 모여 하나의 문명을 이루었다.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기 시작하면서 최초로 정주민 생활양식이 탄생했고, 그러자 인구가 엄청나게 늘어 지구의 풍경이 식량 생산에 맞게 재편성되었고, 현대의 질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대의 질병은 거의 모두 인간이 가축과 가가이 살면서 생겼다.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식량 생산과 관련이 없는 직업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식량 생산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사람들도 충분히 먹여살릴 수 있는 식량이 생산되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자 과거에 수렵채집을 했을 때보다 생산성이 열 배 이상 올라갔다.

농사를 지으니 아이들을 데리고 다닐 필요가 없어 사람들은 자식도 더 많이 낳을 수 있었다. 식량을 창고에 쌓아둘 수 있어, 잘하면 한 해 걸러 한 번씩 출산을 해도 되었다. 마을이나 작은 도시에 사니 주변에 어린아이를 돌봐줄 사람도 많아 가족의 규모를 늘려도 되었다.

3. 사회의 변화

마을과 소도시의 인구가 늘자 농사에 관여하지 않은 사람들은 장인이 될 수 있었다. 정착해서 사는 사람들에게 도자기와 보석, 옷 같은 것을 만들어주는 숙련된 노동자가 된 것이다. 이들은 유연한 소재로 바퀴와 마차, 갑옷 같은 것을 만드는 새로운 기술도 탐구할 수 있었고, 땅에서 구리와 청동, 철의 형태로 그런 소재를 추출할 줄도 알게 되었다.

그러자 상인이 나타나 장인들이 만든 제품과 잉여 농산물을 사고팔기 시작했다. 교역은 곧 여행과 배, 글쓰기, 셈하기, 화폐를 뜻했다. 식량 생산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직업으로, 마을이나 소도시가 신의 뜻에 따라 잘 유지되고 농사가 잘 되어 풍년이 들고 나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막는 역할도 생겼다. 이런 초기의 사제와 성자들은 세계의 주요 종교가 탄생하는 데 일조했다.

정착민의 수가 늘어나자 새로운 형태의 조직과 통제가 필요했다. 세계 최초의 황제가 나타났고, 이들과 더불어 세금을 걷고 법을 공표하고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법을 집행하는 일을 하는 관료귀족도 나타났다. 

왕은 군대로 자신의 권력을 보호할 여유도 있었다.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른 덕분에 이제는 창고에 쌓인 곡식으로 수많은 병력을 먹여살리고, 길들인 동물은 그 젖을 짜서 먹거나 잡아서 고기를 먹을 수도 있고, 짐수레를 끌거나 군인들을 전쟁터로 실어 나르는 데 쓸 수도 있었다.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전쟁을 감행해 이런 새로운 도시 문화를 찬미하고 확장할 수도 있었다. 이런 도시 문화는 곧 고대 세계 전체로 퍼지기 시작했다.

4. 사냥과 농사의 공존

그런데 어떻게, 왜, 어디서 이렇게 갑자기 농작물을 기르고 가축을 기르기 시작했을까? 한가지는 분명하다. 석기 시대에 어떤 똑똑한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농작물을 기르고 가축을 기르는 것이 인간에게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땅을 일구어 농사를 짓는 일을 한 곳에서 한 번에 하기 시작한 것도 아니다.

어떤 역사책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을 마치 혁명이 일어난 것처럼 말한다. 그것이 인류에게나 지구 전체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 탓이다. 그래서 그것을 신석기 시대의 혁명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것은 서서히 이루어진 과정이었다. 비록 오늘날에는 전 세계 인구의 약 99.9퍼센트가 농업과 축산업에 기반을 둔 사회에서 살지만 말이다.

인간의 생활방식이 돌아다니며 수렵과 채집을 하는 생활방식에서 정착해서 살며 농부들이 도시 생활자들을 부양하는 생활방식으로 바뀐 것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만큼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원해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때는 사람들이 반이라도 수확을 해서 그들의 첫 번째 빵을 만들 수 있기를 바라면서 야생 씨를 뿌리기 시작했다.

주변에 사냥감도 많고 한 번 잘 잡으면 식구들이 일주일 내내 먹을 수도 있었던 사냥꾼의 편한 삶에 비하면 농사꾼의 삶은 힘들고 고되었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바로 사냥을 해서 먹는 전통적 생활방식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었을 것이다.

5. 초기 농사

빵 한덩어리를 구워 먹으려고 해도 씨를 뿌리고 잡초를 제거하고 땅을 일구고 수확을 하는 고된 일들을 견뎌내야 했다. 인간이 처음 재배하기 시작한 보리와 밀, 호밀 같은 곡식의 낱알을 일일이 풀 더미 속에서 손으로 주워야 했고, 가장 원시적인 조리기구인 절구와 공이를 이용해 낟알을 빻아야 했다.

게다가 그런 낟알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연 그대로 자란 것들이지 몇 세대에 걸친 인위적 선택의 산물이 아니었다. 좋은 이유에서 자연은 그것들을 되도록 가볍게 만들었고, 바람에 실려 사방으로 멀리 날아가서 싹을 틔우고 번식할 수 있도록 줄기에도 느슨하게 붙어 있도록 했다.

그러나 농사짓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말하듯이, 줄기에서 쉽게 떨어지는 낟알은 식구의 빵을 책임지는 사람들에게는 악몽이다. 그런데 빵을 만들려면 이런 종류의 밀이 아주 많이 필요하고, 그것도 여기저기에 우수수 떨어진 낟알들을 허리가 휘도록 일일이 주워야 한다.

예측할 수 없고 달갑지 않으며 힘들기만 한 일, 이것이 1만2천 년 전에 농사를 짓는 일이었다. 초기 농부들의 골격은 그것을 생생하게 말해준다. 발가락은 비틀어지고, 무릎은 구부러져서 관절염에 걸려 있으며, 힘들게 낟알을 돌판 사이에 넣어 빻느라 허리가 완전히 기형이 된 경우도 있다.

야생 동물을 달래 원하는 일을 하도록 만드는 일은 더욱 쉽지 않았다. 수천 년에 걸친 유전자 조작은 달콤하고 풍부하며 수확하기 좋은 농작물과 고분고분 말 잘 듣는 순한 가축을 낳았지만, 그때는 완전히 고투의 연속이었다.

6. 기후의 변화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다면 그것은 강제다. 1만2천 년 전에도 사람들은 오늘날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이유와 똑같은 이유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그것은 앞으로도 몇 세대 동안은 그러할 것이다. 그것은 기후 변화였다.

가장 최근의 빙하기는 2만2천 년 전에 가장 추웠다. 그때는 많은 물이 북유럽의 많은 부분을 덮은 빙상에 갇혀 해수면이 오늘날보다 거의 130미터나 낮았다. 그때는 영국 해협도 없고 흑해도 없고 지중해도 낮은 평지였다. 지금 베링 해협이 있는 곳에는 베링지아라는 땅이 얼음에 덮인 툰드라 지대로 알래스카와 러시아 사이에 뻗어 있어, 인간과 동물이 아시아에서 아메리카로 가는 중요한 다리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지중해에서 수에즈 운하를 통해 인도양으로 나아가는 뱃길에 된 홍해가 그냥 평평한 육로였다. 그런데 수천 년에 걸쳐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변이 올라가 전 세계에서 대대적인 범람이 일어났다.

해빙기에 지구의 기온이 섭씨 6도 이상 올라갔고, 아마 이것은 지구의 자전에서 일어나는 주기적 변화 탓이었을 것이다. 해빙기는 약 1만4천 년 전에 절정에 이르렀다. 그때는 거대한 빙붕이 무너져 바닷물에 녹으면서 해수면이 500년 만에 25미터나 올라갔다. 

약 8천 년 전에는 해빙기가 대부분 끝나 해수면이 거의 현재와 같은 수준이 되었다. 영국 해협은 마지막으로 범람한 지역 가운데 하나이며, 이로 인해 영국은 10만 년 남짓 만에 처음으로 유럽대륙과 분리되었다.

이런 자연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생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인류에게는 그로 인해 전통적 사냥터였던 많은 곳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버렸다. 강우 패턴과 날씨 체계가 급속히 변하면서 한때는 사냥하고 채집하기에 좋은 풍요로운 숲이었던 지역들이 메마른 사막으로 변해버렸다.

큰 포유류의 멸종

어떻게 현생인류와 기후 변화가 우연히도 동시에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시켜 큰 동물의 대량 멸종을 낳았을까? 그 대량 멸종은 처음에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다음에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일어났다.

1. 기후 변화

지난 300만 년 동안 저 북극과 남극을 덮은 얼음이 깎아지른 듯한 얼음 절벽의 형태로 불도저처럼 밀고 내려오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리하여 때로는 빙하와 빙상들이 1마일이 넘는 두께로 지구의 땅덩어리를 30퍼센트나 뒤덮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기후 변화가 상당히 느리게 일어난 까닭에 생물들은 전반적으로 잘 적응했다.

큰 동물들은 털복숭이 매머드처럼 털이 더욱 많아져 추위에도 살 수 있었다. 인간도 네안데르탈인처럼 몸집도 작아지고 털도 더 많이 났다. 일부는 피부가 하얗게 변해 열을 보존했고, 이는 위험한 자외선을 반사시키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인간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진화하며 적응한 덕분에 최악의 추위도 견딜 수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빙하기는 좀 느닷없이 끝났다. 약 1만4천 년 전에 지구의 평균 기온이 6도나 올라가, 혹독한 빙하기에서 오늘날의 한층 온화한 간빙기로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넘어갔다.

2. 지구 공전과 기울기

지구의 기온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은 지구가 1년에 한 번씩 태양의 주위를 도는 동안 태양에 조금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면서 날씨가 뜨거워지거나 추워지기 때문이다. 지구가 지축을 중심으로 자전을 하는 방식도 한 요인이다.

지구는 사실 약간 통제가 안 되는 팽이처럼 행동한다. 그래서 오랜 기간에 걸쳐 지구의 기울기가 21도에서 27도까지 변할 수 있고, 이것이 극지방의 기온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

과학자들은 아주 혹독한 빙하기였는데도 약 1만4천 년 전부터 1만1천 년 전까지 몇 천 년 동안 날씨가 뜨거웠던 것도 이런 지구의 공전 궤도기울기의 변화 탓일 거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다.

빙하기에 간간이 따뜻했던 시기를 간빙기라고 하는데, 지금도 우리는 간빙기에 있으며, 이 간빙기는 약 1만4천 년 전에 시작되었다.이번 간빙기는 인간이 초래한 지구 온난화 탓에 다른 간빙기보다 오래 지속될지도 모르고, 어쩌면 극지방을 덮고 있는 얼음이 완전히 녹으면 세계의 기후가 4천만 년 된 빙하기로부터 완전히 벗어날지도 모른다.

3. 기후 변화의 적응

약 1만8천 년 전에 마지막 빙하기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북아메리카에서 오대호를 뒤덮었던 거대한 빙상의 남쪽 풍경은 풀과 나무가 뒤섞여 있는 큰 정원 같앗고, 어슬렁거리는 야생 포유류의 낙원이었다. 사자와 검치호 같은 큰 육식 포유류가 마스토돈과 거대한 매머드를 먹고 살았다. 말과 낙타도 이들 큰 육식동물의 맛있는 식사거리엿다. 말과 낙타는 이 아메리카의 삼림 지대에서 처음 나타났다.

사우투올라 부녀가 저 에스파냐의 동굴 벽화에서 보았던 들소 같은 것들도 어슬렁거렸다. 그러나 이 들소들은 젖소가 아니었다. 이것들은 거의 코기리만 했다. 우리가 강에서 사는 조그만 동물로 아는 비버도 오늘날의 가장 큰 회색곰만큼이나 자랐고, 그때는 곰도 지금보다 거의 두 배나 컸다. 

지구는 오늘날 ‘거대동물‘로 불리는 어마어마하게 큰 포유류들로 가득찼다. 거대한 짐승들이 혹독한 날씨에 훨씬 잘 지낸것은 이들의 커다란 몸집이 중요한 장기들을 극한의 추위로부터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만 년 동안 적어도 서른 번 이상 얼음이 뒤덮었다가 녹았다가 했다. 혹독한 정도는 달랐지만 그때마다 개별 종들이 더워지거나 추워진 기후 변화에 적응하면서 자연과 자연의 생물계는 되살아났다.

4. 큰 포유류의 멸종

거대한 빙상이 녹았을 때 북아메리카에는 적어도 80종의 큰 포유류가 살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수천만 년을 살아온 것들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그것들이 모두 죽었다. 모두 합해 45종 가운데 33종이 멸종했고, 북아메리카의 동물들은 대부분 기껏해야 칠면조만 한 것들밖에 안 남았다. 

살아남은 비버와 곰조차 그들의 조상에 비하면 난쟁이처럼 작아졌다. 오늘날의 북아메리카 들소는 지금가지 살았던 들소 가운데 가장 작다. 전문가들은 모두 합해서 아메리카의 큰 동물들 가운데 80퍼센트 이상이 약 1천 년 만에 사라졌다고 본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거의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큰 포유류 13종이 사라졌다. 멸종은 더 일찍 시작되었다. 결국 오늘날의 캥거루보다 큰 것은 아무 것도 살아남지 못했다. 그렇지만 북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에서는 빙하가 물러나고 해수면이 올라왔을 때에도 큰 포유류 대부분이 살아남았다. 

대체 어찌된 일일까? 신세계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느닷없이 수많은 큰 동물이 멸종되었는데 왜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5. 인간의 도래

어떤 전문가들은 기후 탓일 거라고 생각한다. 기온이 올라가 큰 동물들이 불리해졌다는 것이다. 몸집이 커서 몸을 시원하게 유지하기가 어려웠고, 그래서 더위에 지쳐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가장 인기 있는 설은 거의 40년전에 미국 과학자 풀 마틴이 처음 내놓았다. 그는 호모 사피엔스의 도래를 원인으로 꼽았다. 아메리카에서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나 그런 큰 동물의 멸종은 인간이 두 대륙에 온 지 얼마 안되어 일어났다

마틴에 따르면, 두 대륙의 동물은 그때까지 인간을 만난 적이 없어 인간에게 취약했다. 찰스 다윈이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쓴 일기처럼 한 번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자연 서식지를 만난 탐험가들이 쓴 일기를 읽어보면 언제나 야생 동물들이 겁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그래서 인간 떠돌이들이 부싯돌로 만든 무기와 활, 화살, 창을 들고 처음 나타났을 때 그들과 마주친 동물들은 두려움이 없었다. 그래서 동물들은 날카로운 창을 든 이 수렵채집인들의 쉬운 먹잇감이 되었다. 1천 년도 안 되는 사이에 큰 사냥감 대부분이 살육을 당하고 많은 종이 멸종 위개에 처했을 정도였다.

이 설은 왜 북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에서는 인간이 존재했는데도 비슷한 동물들이 많이 살아남았는지도 설명해준다. 이곳에 사는 동물들은 200만 년 넘게 인간과 함께 진화했고, 인간이 고기과 사냥을 좋아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이것들은 조상들의 경험 덕분에 도망가거나 피하는 식으로 인간과의 접촉을 피함으로써 충분히 많은 수가 살아남을 수 있었고, 그래서 오스트레일리아와 아메리카 대륙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대량 멸종이 일어나지 않았다.

6. 변화된 자연

그런데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큰 포식 동물들이 인간의 손에 대량으로 죽임을 당하자 이들 동물의 먹잇감이었던 들소와 사슴, 나무늘보, 말, 낙타 같은 초식동물들의 몸집이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포식자가 사라지자 이것들의 수도 엄청나게 늘어나 이것들에게 고루 돌아갈 식량도 충분하지 않았다.

게다가 급속한 기후 변화로 식물의 생태까지 변하자 재앙이 닥쳤다, 초식동물들까지 대량으로 굶어죽은 것이다. 변화된 자연은 더 이상 초식동물들을 부양할 수 없었고, 결국 오랜 기간 얼마 안 되는 식량과 물만으로도 견딜 수 있었던 작은 동물들만 살아남았다.

이렇게 개체수가 지나치게 많아져 풀을 너무 많이 뜯어먹은 것도 기후 변화가 가져온 결과에 기여해, 초목이 울창했던 풍경이 더욱 빠르게 초원으로 변했고, 그 결과 자연환경은 미래 세대의 큰 동물을 부양하기에 더욱 부적합한 곳으로 변했다.

자연의 생태계는 이렇듯 깨지기 쉽다. 여기서 새로운 것을 조금 보태고 저기서 그것들이 다른 것들을 제거하고, 거기에 약간의 기후 변화까지 일어나면 엄청난 파국이 온다.

4만 년 전에서 1만2천 년 전에, 오스트레일리아와 아메리카 대륙에서 풀을 먹는 큰 유대류와 유태반 포유류가 전멸했을 때 인간이 한 역할은 인류가 끊임없이 변하는, 지구의 깨지기 쉬운 자연환경에 큰 영향을 끼친 첫 번째 사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