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포유류의 멸종

어떻게 현생인류와 기후 변화가 우연히도 동시에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시켜 큰 동물의 대량 멸종을 낳았을까? 그 대량 멸종은 처음에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다음에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일어났다.

1. 기후 변화

지난 300만 년 동안 저 북극과 남극을 덮은 얼음이 깎아지른 듯한 얼음 절벽의 형태로 불도저처럼 밀고 내려오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리하여 때로는 빙하와 빙상들이 1마일이 넘는 두께로 지구의 땅덩어리를 30퍼센트나 뒤덮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기후 변화가 상당히 느리게 일어난 까닭에 생물들은 전반적으로 잘 적응했다.

큰 동물들은 털복숭이 매머드처럼 털이 더욱 많아져 추위에도 살 수 있었다. 인간도 네안데르탈인처럼 몸집도 작아지고 털도 더 많이 났다. 일부는 피부가 하얗게 변해 열을 보존했고, 이는 위험한 자외선을 반사시키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인간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진화하며 적응한 덕분에 최악의 추위도 견딜 수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빙하기는 좀 느닷없이 끝났다. 약 1만4천 년 전에 지구의 평균 기온이 6도나 올라가, 혹독한 빙하기에서 오늘날의 한층 온화한 간빙기로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넘어갔다.

2. 지구 공전과 기울기

지구의 기온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은 지구가 1년에 한 번씩 태양의 주위를 도는 동안 태양에 조금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면서 날씨가 뜨거워지거나 추워지기 때문이다. 지구가 지축을 중심으로 자전을 하는 방식도 한 요인이다.

지구는 사실 약간 통제가 안 되는 팽이처럼 행동한다. 그래서 오랜 기간에 걸쳐 지구의 기울기가 21도에서 27도까지 변할 수 있고, 이것이 극지방의 기온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

과학자들은 아주 혹독한 빙하기였는데도 약 1만4천 년 전부터 1만1천 년 전까지 몇 천 년 동안 날씨가 뜨거웠던 것도 이런 지구의 공전 궤도기울기의 변화 탓일 거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다.

빙하기에 간간이 따뜻했던 시기를 간빙기라고 하는데, 지금도 우리는 간빙기에 있으며, 이 간빙기는 약 1만4천 년 전에 시작되었다.이번 간빙기는 인간이 초래한 지구 온난화 탓에 다른 간빙기보다 오래 지속될지도 모르고, 어쩌면 극지방을 덮고 있는 얼음이 완전히 녹으면 세계의 기후가 4천만 년 된 빙하기로부터 완전히 벗어날지도 모른다.

3. 기후 변화의 적응

약 1만8천 년 전에 마지막 빙하기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북아메리카에서 오대호를 뒤덮었던 거대한 빙상의 남쪽 풍경은 풀과 나무가 뒤섞여 있는 큰 정원 같앗고, 어슬렁거리는 야생 포유류의 낙원이었다. 사자와 검치호 같은 큰 육식 포유류가 마스토돈과 거대한 매머드를 먹고 살았다. 말과 낙타도 이들 큰 육식동물의 맛있는 식사거리엿다. 말과 낙타는 이 아메리카의 삼림 지대에서 처음 나타났다.

사우투올라 부녀가 저 에스파냐의 동굴 벽화에서 보았던 들소 같은 것들도 어슬렁거렸다. 그러나 이 들소들은 젖소가 아니었다. 이것들은 거의 코기리만 했다. 우리가 강에서 사는 조그만 동물로 아는 비버도 오늘날의 가장 큰 회색곰만큼이나 자랐고, 그때는 곰도 지금보다 거의 두 배나 컸다. 

지구는 오늘날 ‘거대동물‘로 불리는 어마어마하게 큰 포유류들로 가득찼다. 거대한 짐승들이 혹독한 날씨에 훨씬 잘 지낸것은 이들의 커다란 몸집이 중요한 장기들을 극한의 추위로부터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만 년 동안 적어도 서른 번 이상 얼음이 뒤덮었다가 녹았다가 했다. 혹독한 정도는 달랐지만 그때마다 개별 종들이 더워지거나 추워진 기후 변화에 적응하면서 자연과 자연의 생물계는 되살아났다.

4. 큰 포유류의 멸종

거대한 빙상이 녹았을 때 북아메리카에는 적어도 80종의 큰 포유류가 살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수천만 년을 살아온 것들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그것들이 모두 죽었다. 모두 합해 45종 가운데 33종이 멸종했고, 북아메리카의 동물들은 대부분 기껏해야 칠면조만 한 것들밖에 안 남았다. 

살아남은 비버와 곰조차 그들의 조상에 비하면 난쟁이처럼 작아졌다. 오늘날의 북아메리카 들소는 지금가지 살았던 들소 가운데 가장 작다. 전문가들은 모두 합해서 아메리카의 큰 동물들 가운데 80퍼센트 이상이 약 1천 년 만에 사라졌다고 본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거의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큰 포유류 13종이 사라졌다. 멸종은 더 일찍 시작되었다. 결국 오늘날의 캥거루보다 큰 것은 아무 것도 살아남지 못했다. 그렇지만 북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에서는 빙하가 물러나고 해수면이 올라왔을 때에도 큰 포유류 대부분이 살아남았다. 

대체 어찌된 일일까? 신세계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느닷없이 수많은 큰 동물이 멸종되었는데 왜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5. 인간의 도래

어떤 전문가들은 기후 탓일 거라고 생각한다. 기온이 올라가 큰 동물들이 불리해졌다는 것이다. 몸집이 커서 몸을 시원하게 유지하기가 어려웠고, 그래서 더위에 지쳐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가장 인기 있는 설은 거의 40년전에 미국 과학자 풀 마틴이 처음 내놓았다. 그는 호모 사피엔스의 도래를 원인으로 꼽았다. 아메리카에서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나 그런 큰 동물의 멸종은 인간이 두 대륙에 온 지 얼마 안되어 일어났다

마틴에 따르면, 두 대륙의 동물은 그때까지 인간을 만난 적이 없어 인간에게 취약했다. 찰스 다윈이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쓴 일기처럼 한 번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자연 서식지를 만난 탐험가들이 쓴 일기를 읽어보면 언제나 야생 동물들이 겁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그래서 인간 떠돌이들이 부싯돌로 만든 무기와 활, 화살, 창을 들고 처음 나타났을 때 그들과 마주친 동물들은 두려움이 없었다. 그래서 동물들은 날카로운 창을 든 이 수렵채집인들의 쉬운 먹잇감이 되었다. 1천 년도 안 되는 사이에 큰 사냥감 대부분이 살육을 당하고 많은 종이 멸종 위개에 처했을 정도였다.

이 설은 왜 북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에서는 인간이 존재했는데도 비슷한 동물들이 많이 살아남았는지도 설명해준다. 이곳에 사는 동물들은 200만 년 넘게 인간과 함께 진화했고, 인간이 고기과 사냥을 좋아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이것들은 조상들의 경험 덕분에 도망가거나 피하는 식으로 인간과의 접촉을 피함으로써 충분히 많은 수가 살아남을 수 있었고, 그래서 오스트레일리아와 아메리카 대륙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대량 멸종이 일어나지 않았다.

6. 변화된 자연

그런데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큰 포식 동물들이 인간의 손에 대량으로 죽임을 당하자 이들 동물의 먹잇감이었던 들소와 사슴, 나무늘보, 말, 낙타 같은 초식동물들의 몸집이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포식자가 사라지자 이것들의 수도 엄청나게 늘어나 이것들에게 고루 돌아갈 식량도 충분하지 않았다.

게다가 급속한 기후 변화로 식물의 생태까지 변하자 재앙이 닥쳤다, 초식동물들까지 대량으로 굶어죽은 것이다. 변화된 자연은 더 이상 초식동물들을 부양할 수 없었고, 결국 오랜 기간 얼마 안 되는 식량과 물만으로도 견딜 수 있었던 작은 동물들만 살아남았다.

이렇게 개체수가 지나치게 많아져 풀을 너무 많이 뜯어먹은 것도 기후 변화가 가져온 결과에 기여해, 초목이 울창했던 풍경이 더욱 빠르게 초원으로 변했고, 그 결과 자연환경은 미래 세대의 큰 동물을 부양하기에 더욱 부적합한 곳으로 변했다.

자연의 생태계는 이렇듯 깨지기 쉽다. 여기서 새로운 것을 조금 보태고 저기서 그것들이 다른 것들을 제거하고, 거기에 약간의 기후 변화까지 일어나면 엄청난 파국이 온다.

4만 년 전에서 1만2천 년 전에, 오스트레일리아와 아메리카 대륙에서 풀을 먹는 큰 유대류와 유태반 포유류가 전멸했을 때 인간이 한 역할은 인류가 끊임없이 변하는, 지구의 깨지기 쉬운 자연환경에 큰 영향을 끼친 첫 번째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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