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화된 곤충

‘진정으로 사회적’이라는 것은 생물이 무리지어 살며 자기들끼리 일을 분담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생물은 아는 것과 배운 것을 대대로 물려주고, 새끼들을 보살피고, 어떤 상황에서는 집단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생명까지 희생한다.

1. 벌의 의사소통

여왕벌은 수벌의 무리와 생식 능력이 없는 암컷 일벌의 무리를 모두 지휘한다. 벌들은 춤이라는 언어를 통해 서로 의사소통을 한다. 벌들은 집에 돌아가면 춤을 추어 다른 벌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있는 곳을 가르쳐준다. 

둥글게 원을 그리며 추는 ‘원무‘는 먹이가 집에서 50미터 안에 있다는 뜻이고, 상하나 좌우로 움직이는 ‘꼬리춤‘은 먹이가 있는 곳의 거리와 방향을 좀 더 자세히 알려준다. 단속적으로 불규칙하게 추는 춤도 있는데, 이것은 벌들이 벌집의 전반적 요건에 따라 모아야 하는 식량의 양을 늘릴 것인지 줄일 것인지를 결정할 때 쓴다.

벌은 벌집을 이전하는 일 같은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때 투표를 할 정도로 사회적으로 발전된 집단이다. 벌들은 또 해마다 봄이 되면 무리의 반 정도가 여왕벌과 함께 무리를 떠나 다른 곳에서 새로운 군체를 만들고, 남은 무리는 여왕벌의 자리를 놓고 서로 경쟁해 경쟁에서 이긴 벌이 여왕벌이 되어 무리를 다스린다.

그런데 이주자들은 어디에 새 둥지를 틀어야 할까? 둥지를 트는 일은 미래의 안녕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둥지는 새와 같은 포식자들에게도 너무 노출되지 않아야 하고, 좋은 먹잇감으로부터도 너무 멀지 않아야 하며, 쉽게 물에 쓸려가거나 바람에 날아가지도 않아야 한다.

보통 벌들은 100제곱킬로미터 안에서 후보지를 스무 곳이나 고르고, 시간의 90퍼센트가량을 최적지로 보이는 곳을 고르는 데 쓰는 것 같다. 이들의 의사결정 시스템은 아주 효율적이다. 벌들은 저마다 투표할 기회가 있어, 군체는 미래의 생존을 위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누린다.

벌들은 전체의 5퍼센트가량이 정찰을 나가 후보지를 찾고, 돌아와서는 춤을 이용해 공동체 전체에 후보지의 위치를 알려준다. 그러면 다른 벌들이 가서 후보지를 점검해보고 돌아와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 방향을 향해 가장 길고 가장 강렬한 춤을 춘다.

약 2주 정도가 지나면 가장 강하고 힘찬 춤으로 표현된 곳이 낙점된다. 벌들은 발로 투표를 하고, 결정이 되면 떼를 지어 이동한다.

2. 개미의 의사소통

저 옛날부터 문명이 발달하기 시작한 동물은 벌들만이 아니다. 개미는 꿀벌과 같은 과에 속해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개미 화석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호박에 갇힌 종이며, 이것은 8천만 년도 더 된 것으로 추정된다.

개미들의 문명에는 지구 최초의 학교와 노예제의 시초처럼 보이는 것도 있고, 심지어는 초기 형태의 컴퓨터처럼 행동하려는 기이한 시도까지 보인다. 개미집과 벌집 사이에는 비슷한 점이 많지만, 개미들은 춤을 추지 않는다. 대신 개미들은 다른 개미들이 맡을 수 있는 페로몬이라는 화학물질을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

개미는 먹을 것을 발견하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바닥에 길게 냄새 자국을 남겨 다른 개미들이 그 길을 따라 먹이가 있는 곳으로 가도록 인도한다. 개미는 또 대개는 해의 위치를 이용해 어떤 지형지물을 기억해두는 방식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는다.

개미들은 냄새를 좇아 먹이가 있는 곳으로 갈 때마다 계속 냄새를 더한다. 그러나 먹이를 모두 실어나르면 더 이상 냄새를 남기지 않아 냄새가 사라지면서 길도 영원히 사라진다. 개미들의 냄새는 다른 것도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것에 짓눌려 죽으면 개미는 냄새를 선물로 남겨 주변에 있는 모든 개미에게 경보를 발령한다. 그러면 개미들을 완전히 공포에 사로잡혀 같은 운명에 처하지 않으려고 사방으로 허둥지둥 달아난다.

개미들은 페로몬을 음식과 섞어서 건강과 영양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기도 한다. 또 냄새를 통해 둥지에서 자신이 어떤 집단 또는 계급에 속하는지도 증명할 수 있다. 개미들의 문명에는 일종의 계급이 존재해, 계급에 따라 하는 일이 다르다. 여왕개미는 어떤 페로몬을 분비하는데, 이것이 없으면 일개미들이 새로운 여왕을 키우기 시작한다. 여왕이 죽을 경우를 대비한 일종의 안전장치다.

3. 개미의 사회적 습성

우리가 아는 한 개미는 서로 가르치는 것을 배운 최초의 생물이기도 하다. 어린 개미가 둥지를 떠나 첫 나들이에 나서면, 나이든 개미가 어린 개미에게 먹이를 찾아서 가져오는 기술을 가르쳐준다. 개인교습을 하면서 나이든 개미는 어린 개미가 뒤따라올 수 있도록 걷는 속도를 늦추고 둘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면 속도를 높인다.

이런 행동은 템노토락스 알비페니스라는 종에서 발견되었다. 개미들은 갈라진 틈이 있으면 개미 사슬을 만들어 다른 개미들이 그 위를 지날 수 있도록 한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마치 휴대용 배다리가 있는 군대 같다. 

개미들의 기발한 팀워크는 거의 한계를 모른다. 베짜기개미들은 나무에서 나뭇잎을 엮어 둥지를 짓는다. 가위개미들은 농사꾼이다. 이것들은 잎을 모아 둥지에 있는 밭에서 자라는 특별한 버섯에 먹이고, 버섯이 자라면 그것으로 식사를 한다. 사하라 사막 개미들은 눈에 띠는 지형지물이 없는 곳에서도 집에 돌아가는 길을 찾는 놀라운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것들은 걸으면서 계속 발걸음 수를 셀 수 있어 돌아갈 때도 발걸음을 세어 집에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인간 세계와 마찬가지로 개미들의 세계에서도 팀워크에는 한계가 있다. 어쩐 종들은 다른 군체를 공격해서 먹고 살아, 개미들 사이에 대대적인 싸움이 벌어진다. 군체들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면 전쟁터에서 수천 마리가 떼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승자는 가위개미의 알과 애벌레의 형태로 전리품을 챙기고, 이것들을 길러서 일개미와 노예로 부려먹는다. 아마존 개미는 먹이를 모아서 스스로 먹고 살지 못해 포로로 잡은 개미들에게 전적으로 기대어 산다.

4. 흰개미의 사회

흰개미는 쥐라기에 공룡과 함께 나타나 백악기부터 계속 수가 불었다. 화석이 된 흰개미의 둥지들은 2억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생물은 작은 동물들의 세계에서는 가장 큰 도시를 만들 수 있다.

흰개미들은 대개 개체수가 수백만 마리나 되는 군체에서 산다. 흰개미의 둥지는 군주제이지만, 왕이 하나 이상의 여왕과 함께 다스린다. 여왕은 임신하면 하루에 알을 수천 개 낳을 수 있다. 임신한 여왕이 거의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불어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면 일개미 수천 마리가 여왕을 들어올려 새로 지은 방에 밀어넣는다. 여왕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일개미들에게 특별한 형태의 젖을 준다.

일개미 흰개미들은 여러 가지 중요한 일을 한다. 이들은 먹이를 찾고, 창고를 짓고, 집을 유지 관리하고, 적의 공격으로부터 왕국을 지킨다. 이들은 이동 식당 역할도 한다. 일개미들은 흰개미 왕국에서 유일하게 식물질 먹이를 소화할 수 있어, 다른 개미들에게 입이나 항문으로 소화된 먹이를 돌린다. 서로 돌보며 부양을 하는 것은 모든 진보된 문명의 특징이다. 

일개미들은 나무를 씹어서 부드럽게 만들고 그것에 흙과 똥을 섞어 둥지를 짓는다. 이것은 8천 년도 더 전에 초기 인간이 최초의 오두막과 집을 지을 때 썼던 초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벽은 아주 튼튼해, 때로는 이층버스만큼이나 높게 쌓아올릴 수도 있다.

흰개미 왕국에는 발달한 사회에서나 기대할 수 있는 최신 설비도 갖추어져 있다. 특수한 굴을 이용해 온도를 조절하는 냉난방장치도 있고, 물을 모으는 시스템도 있고, 버섯을 기르는 밭도 있다. 버섯은 흰개미들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흰개미들은 대신 똥으로 버섯의 포자를 퍼뜨린다.

5. 흰개미 문명

흰개미 왕국의 병정개미들은 그들의 최대의 적인 개미들의 공격을 물리친다. 어떤 병정개미들은 혼자 먹을 수 없을 정도로 턱이 커서 다른 일개미들이 보살펴준다. 병정개미들은 을 뿜어 둥지를 지킨다. 어떤 병정개미들은 커다란 머리로 좁은 굴을 막아 개미의 공격을 막는다. 아예 문을 굳게 잠가버리는 것이다.

공격을 당하면 선두에서 싸우는 병정들 뒤에 예비부대가 줄을 서 있다가 앞에 있는 병정이 죽으면 곧바로 선두로 나선다. 그래도 방어벽을 뚫고 개미들이 들어오면 병정개미들이 줄을 서서 개미들에게 독액을 쏘고, 그들 뒤에서 다른 병정개미들이 뚫린 구멍을 보수한다.

구멍이 막히면 선두에서 용감히 싸운 흰개미들은 도망 갈 길이 없다. 이들의 운명은 다른 흰개미들을 위해 죽는 것이지만, 그들의 노력 덕분에 흰개미들은 개미들에게 전멸되는 일을 피할 수 있게 된다.

흰개미 문명은 아주 높은 수준의 집단 지성을 보여준다. 나침반흰개미는 아주 키가 큰 둥지를 짓는데, 둥지가 뜨거운 공기의 흐름이 정교하게 연결된 굴을 통과할 수 있도록 남북을 향해 있다. 이들이 키우는 버섯이 잘 자라려면 온도 조절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구의 역사에서 문명화된 곤충의 이야기는 자주 거론되지 않지만, 그들의 세계는 지금도 우리 주변에 존재하며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꿀벌이 과수원에서 가루받이를 해주고 우리에게 꿀도 만들어 주듯이 그것들은 때로 인간의 통제 아래 있지만, 때로는 인간에게 골칫거리가 되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흰개미를 미래의 에너지 공급원으로 본다. 종이 한 장으로 수소 2리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 흰개미들의 효율적 발효 과정 때문이다. 하지만 흰개미들은 나무 구조물에 깊은 굴을 팔 수도 있어 잘못하면 건물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흰개미의 명성이 어떠하든 이 생물의 조직력과 지능, 동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행동은 바로 우닐 인간이 문명화되었다고 부르는 것들의 특징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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