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의 멸종

6550만 년 전 지구에 치명적인 운석이 떨어져 대멸종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모든 종 가운데 50~80퍼센트가 전멸했고, 거기에는 공룡도 포함되어 있었다.

1. 대멸종

공룡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암석들 자체만으로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은, 공룡은 1억6천만 년 넘게 육상생활을 지배했지만 약 6550만 년 전부터는 또 한 번 일어난 대멸종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이다. 이때부터는 공룡 화석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전멸한 것은 공룡만이 아니었다. 하늘을 나는 파충류 익룡도 모두 사라졌고, 바다 파충류도 어떻게 용케 살아남은 바다 거북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라졌다. 오늘날의 문어와 오징어의 친척인 신기한 나선형 화석 암모나이트도 종적을 감추었다. 포유류와 나무와 풀도 많은 종이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양서류는 가볍게 위기를 피한 것 같고, 뼈가 단단한 물고기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충격에서 살아남는 데는 작은 것이 유리했다. 길이가 1미터가 넘는 것은 모두 큰 곤경에 빠졌다. 그런데 왜 악어는 살아남았는데 도마뱀 같은 공룡은 모두 죽었을까? 왜 뼈가 단단한 물고기는 계속 살았는데 암모나이트는 죽었을까? 전문가들은 이때 모든 동식물 가운데 약 50퍼센트에서 80퍼센트가 전멸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6550만 년 전이면 백악기가 끝나고 제3기가 시작될 때다. 이제는 대기 속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져 날씨가 따뜻해졌고, 하나의 거대한 대륙 판게아가 점점 쪼개지면서 비가 내리는 양상도 달라지고 있었다. 

풀을 먹는 공룡들의 전통적 번식지가 분리되었고, 새로운 바다 대서양이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 남극 대륙과 떼어놓기 시작했다. 대륙들이 움직이면서 늪과 강들이 한때는 먹이를 먹는 곳이었던 거대한 땅들 사이에 건널 수 없는 장애물을 만들었다.

2.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

이제 서로 분리되자 큰 무리를 지어 살던 공룡들은 줄어드는 땅을 놓고 서로 경쟁해야 했다. 풀을 먹는 공룡들의 개체수가 줄어들자 고기를 먹는 공룡들도 먹을 것이 줄어 공룡 전체가 위태로워졌다. 

그런데 갑자기 공룡들이 모두 사라졌다. 무슨 일이 일어났든, 그 일은 자연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빨리 일어났다. 몇 세대에 걸쳐서 조금씩 형태를 변화시키며 급변하는 지구의 환경에 대응할 시간이 없었다.

지구상의 생물은 생명이 없는 단단한 바위 덩어리 위에 엷게 펼쳐진 예민한 대기층에서 생존한다. 6550만 년 전에 시속 약 7만 마일의 속도로 지구를 향해 돌진한 6마일 너비의 소행성에게도 지구는 바로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멀리서 보면 밝게 빛나는 청록색 점이 날마다 점점 더 커졌을 것이다. 치명적인 암석과 얼음으로 이루어진 검은 덩어리가 마침내 접근 했을 때, 행성 지구는 텅 빈 우주의 검은 바다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보석 같았을 것이다.

기이한 불운에 이끌려 죽음의 여행길에 올랐던 소행성의 종말은 기대한 만큼 장관이었을 것이다. 지구가 외계에서 가끔식 우연히 던지는 커브볼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소행성, 운석, 혜성 같은 것들이 늘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개는 두꺼운 대기를 가르며 들어오는 순간 지구의 두껍고 무거운 공기와 충돌해 불타 사라진다.

그러나 엄청나게 크다면 내려오다가 여러 조각으로 쪼개져 마침내 멋모르고 있던 세계와 만나게 된다. 그 힘은 핵폭탄 수천 개가 한꺼번에 터진 것과 같아, 무엇이든 모두 가루로 만들어 물집이 생길 정도로 뜨겁고 치명적인 독가스의 구름으로 만들어버렸을 것이다

3. 재난 속 지구

지구는 직접적인 충돌로 모든 것이 순식간에 박살나 영향권 밖에서도 경련을 했다. 높이가 수백 피트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해일이 해안에서 해안까지 온 세상을 덮쳤다. 쓰나미는 육지와 바다 양쪽에 무시무시할 정도로 엄청난 파괴를 가져왔다.

몇 주 지나지 않아 바다는 다시 조용해졌다. 그러나 영향권 바로 밑에 있던 암석은 아주 독한 물질인 유황을 다량 함유했고, 이로 인해 더 큰 불행이 닥쳤다. 엄청난 충돌로 유독한 유황 먼지가 온 세상에 퍼져, 공기 호흡을 하는 것들은 모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엄청난 참화를 겪어야 했다.

충돌하는 소리와 충돌하는 광경에 귀가 멀고 눈이 먼 생물도 수없이 많았을 것이다. 폭발로 죽지 않은 것들도 세차게 밀려드는 물결에 많이 빠져 죽었을 것이다. 아마 1년 동안이나 지구가 무겁고 매캐한 구름에 둘러싸여 햇빛이 비치지 않았을 것이다. 하늘은 어둠에 싸이고 바다는 수온이 급상승했다.

그동안 지구의 다른 쪽에서는 더 많은 재난이 일어났다. 현재의 인도에서 잇따라 화산이 폭발했다. 그 규모도 엄청났다. 아마도 마지막 순간에 소행성이 몇 조각으로 쪼개져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엄청난 화산 폭발에 숨이 막힐 정도로 뜨거운 용암이 100만 제곱마일이 넘는 곳을 덮쳤고, 이는 지구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엄청나게 큰 화재를 일으켜 봄베이 근처에 오늘날 데칸 트랩으로 알려진 드넓은 대지를 새로 만들었다.

중독된 물과 공기, 이루 말할 수 없이 뜨거운 열, 숨이 막힐 정도로 짙은 먼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은 풀이 자라고 꽃이 피는 것을 막았다. 이는 영향권 밖에 있던 지역에서도 멸종을 불러왔다. 마치 거의 3억 년 전인 석탄기 초기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4. 대멸종의 생존자

2억5200만 년 전에 페름기의 대멸종이 일어난 후 잠시 세계를 지배한 것은 진균류였다. 이번에는 그러한 영광이 양치류에게 돌아갔다. 양치류는 홀씨가 가볍고 쉽게 파괴되지 않아 폐허가 된 지구에서 최초로 널리 퍼져 번성할 수 있는 생물이 되었다.

다름 아닌 바람의 힘에 의존한다는 것은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말이었고, 따라서 지구의 죽음에 관계없이 어디든지 가서 자랄 수 있는 곳이면 가장 살기 힘들고 단단하며 뜨겁고 검은 땅에서도 뿌리를 내렸다.

이 어마어마한 이야기는 최근에야 제대로 조각이 맞추어졌다. 1970년대 말까지는 아무도 공룡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합의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자기들만의 지론이 있었다. 화산? 질병? 심지어 가까운 초신성이 폭발해 지구에 치명타를 안겼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수수께끼는 과학자들이 암석에서 아주 드문 물질의 흔적을 분석할 수 있는 길을 찾은 뒤에야 풀렸다.

1970년대에 미국 지질학자 월터 알바레스는 화산이 고대 로마인의 정착지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보려고 이탈리아의 화산 지대에서 암석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는 자기장의 변화가 있었다는 흔적을 찾으려고 했는데, 이는 그것을 단서로 암석의 절대 나이를 추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연구는 그를 이탈리아 중부에 있는 구비오라는 소도시로 데려갔다. 구비오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로마의 원형극장이 남아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북쪽에서부터 이 도시를 지나면서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화강암 지대가 펼쳐져 있다.

이곳은 한때 백악기 해저의 일부였는데, 아프리카 판이 느리지만 가차 없이 지중해를 향해 북쪽으로 나아가면서 수백만 년 전에 밀려 올라가 산이 된 곳이다. 그리고 길을 따라가다 보면 암석이 점점 젊어져, 전문가들이 백악기 말기와 그 뒤에 일어난 재난에 관한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 수 있게 해준다.

6. 암석 연구

구비오에서 1킬로미터쯤 가면 암석이 연분홍색으로 변한다. 이것은 스칼리아 로사 층으로 알려져 있으며, 정확히 6550만 년 전, 공룡 화석이 기록에서 완전히 사라졌을 때의 것이다. 이 암석은 화석 사냥꾼들에게는 잔칫상과 같다.

수없이 많은 암모나이트가 수없이 많은 방상층이라는 미세한 플랑크톤과 뒤섞여 있다. 그런데 방산층은 재빨리 종을 바꾸는 것으로 유명해, 전문가들에게 연구하는 암석의 나이를 분명하게 말해준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정확히 6550만 년 전을 경계로 아주 큰 변화가 일어났을 것이다. 그것은 약 1센티미터의 두께로 띠를 이루고 있는 점토층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 위에는 거의 생물이 존재한 흔적이 없다. 그러나 거기서 몇 미터 위를 보면 바다 생물의 뼈가 다시 나타나 정상으로 돌아갔음을 말해준다. 

알바레스는 암석을 분석해 아주 드문 금속인 이리듐의 흔적을 찾으려고 했다. 실험실에 돌아와 그는 이 점토층에는 이리듐의 농도가 주변에서 발견한 암석보다 몇 백 배나 높은 것을 발견했다. 그는 물리학자로서 노벨상을 받은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리듐은 지구에는 아주 드물지만 운석에는 정말 흔하다.  그리고 지구에서 발견되는 이리듐의 종류와 알바레스가 이탈리아의 점토층에서 발견한 이리듐의 종류가 달랐고, 이로써 이리듐이 외계의 물체에서 왔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7. 대멸종의 증명

알바레스와 그의 아버지는 1980년에 연구 결과를 과학 잡지에 발표했다. 그 뒤에도 세계의 여러 곳에서 알바레스가 발견한 이리듐과 종류가 같은 것이 역시 비슷하게 아주 많이 들어 있는 점토층이 발견되었고, 이는 지구 밖에서 온 물체가 지구와 충돌했음을 말해준다. 

알바레스 팀은 충돌이 일어났다는 물리적 증거, 즉 크레이터 같은 것을 찾는 데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사실 지구 지각 관의 운동으로 아주 오래전에 지각이 뒤섞여 이제는 그런 증거들이 모두 사라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0년에 미국의 연구생 앨런 힐데브란트가 멕시코 동부에서 암석을 조사하다가 행운을 만났다. 알바레스가 이탈리아에서 발견한 것과 똑같은 점토층을 발견했는데, 이번에는 유리가 점점이 박혀 있었다. 

충격을 받았다 하여 충격 석영이라 불리는 이것은 어마어마하게 높은 온도와 압력에 의해서만 형성될 수 있다. 지금까지 충격 석영은 핵폭탄 실험장과 운석의 충돌로 생긴 크레이터에서 발견되었다.

그러나 지구에서는 충격 석영이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힐데브란트는 자신의 대학 교수와 의논한 끝에 자신이 충격 석영을 발견한 곳에서 600마일 안에 유성이 충돌한 곳이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위성사진의 발달로 너비가 100마일에 이르는 치크수럽 크레이터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이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 번 이상 일어난 운석의 충돌로 공룡이 갑자기 지구에서 사라졌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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