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순환

1. 나무의 번식

나무는 뿌리에 물이 있더라도 줄기를 통해 물을 끌어올려 식량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잎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 어떤 나무의 경우에는 이것이 아주 먼 길이다. 나무가 어떻게 물을 끌어올리는지 사람들은 오랫동안 밝혀내지 못했다. 

해답은, 나뭇잎의 독창적 설계에 있다. 나뭇잎에는 기공이라고 하는 아주 작은 구멍이 수백만 개 있다. 나무는 그날의 날씨와 상황에 따라 그런 구멍을 열었다 닫았다 한다. 뜨거울 때는 나뭇잎에 있는 물이 기공을 통해 증발해 나무줄기에 있는 수액이 농축되도록 한다. 그러면 줄기를 통해 더 많은 물이 나무 꼭대기에 있는 잎으로 올라가는 증산작용을 하게 된다.

나무의 마지막 난제는 걸어다니거나 움직일 수 없어도 자식을 널리 퍼뜨릴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다. 가장 초기의 종들은 거의 진균류처럼 바람을 이용해 홀씨를 퍼뜨렸다. 문제는 홀씨도 싹이 트는 데 필요한 조건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홀씨는 대개 늪이나 소택지 같은 축축한 곳에 내려앉는다. 그러나 건조한 기후에서는 이것도 큰 문제다. 그래서 약 3억6천마년 전에 나무들은 이보다 훨씬 좋은 해결책을 찾아냈다. 씨였다.

홀씨와 달리에는 아직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나무의 배아뿐만 아니라 양분으로 저장된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도 상당량 들어 있다. 배아는 이렇게 식량이 저장된 식료품 창고와 함께 껍질에 둘러싸여 있어, 대안으로 쓸 수 있는 여러 가지 수송 장치 가운데 하나를 이용해 때로는 아주 멀고 험난한 길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2. 나무의 유성생식

씨는 나무가 번식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대폭 증가시킨다. 씨는 홀씨보다 단단하고, 가뭄에 견딜 수 있으며, 자기가 먹을 식량을 가지고 다니고, 어떤 것들은 공중에 뜰 수도 있다. 

최초의 종자식물은 소철이었고, 이것은 약 2억7천만 년 전에 처음 나타났다. 바로 공룡이 처음 나타났을 때다. 소철은 오늘날에도 약 140종이 살아 있다. 그렇지만 서식지의 파괴로 멸종될 위기에 있는 종도 많다. 

소철은 서로 다른 두 나무의 유전자가 결합해 씨를 맺을 필요가 있는 유성 생식 기술도 완벽하게 터득했다. 그러나 이것은 도저히 풀 수 없을 것 같은 마지막 난제를 남겨놓는다. 말 그대로 둘 다 땅에 뿌리박혀 있는데 부모 세대의 나무들은 어떻게 그들의 유전자를 섞을 수 있을까?

해결책은 육지에 나타난 다른 생명체들에게서 왔다. 아마 작은 벌레 같이 생긴 몇몇 생물이, 최초의 식물과 이끼류가 나타났을 때와 거의 같은 때인 약 4억2천만 년 전에 바다에서 나타났을 것이다.

이것들을 해변으로 꾄 것은 공기 속 산소의 양이 증가한 것과 관계가 있다. 산소의 농도는 수백만 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다가 약 5억 년 전인 캄브리아기 초기에 일정한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 4억 년 전과 2억 년 전 사이에 잠시 그것이 ‘요동’을 쳤다.

3. 산소의 증가

이 ‘요동’은 이제 육지를 덮은 상쾌한 푸른 숲에 의해 야기되었다. 풀과 나무는 대기 속 산소의 양을 크게 증가시켰다. 이는 물가에 사탕을 늘어놓은 것과 같은 결과를 낳았다. 바다 속 생물들은 그것을 맛보고 싶어 결딜 수가 없었다. 

처음 기어나온 바다 생물들은 적응하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공기 속 풍부한 산소는 그들의 기운을 북돋워주었다. 오늘날 우리가 들이마시는 공기는 약 21퍼센트가 산소다. 그러나 3억5천만 년 전에는 석탄기의 숲이 출현하면서 공기의 농도가 쑥 올라가 아마 35퍼센트나 되었을 것이다.

공기 속 산소의 농도가 높다는 것은 곧 많은 생물이 오늘날 살아 있는 그들의 후속보다 훨씬 크게 자랄 수 있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에너지가 풍부한 산소가 유기체의 호흡 기관에 더 많이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약 3억 3500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스탠 우드의 전갈은 이 태곳적 동물이, 뭍으로 올라온 생물이 반드시 풀어야 했던 두 가지 난제를 완벽하게 해결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은 원시적 형태의 허파를 이용해 공기 호흡을 했다. 허파는 아가미가 변한 것이었고, 딱딱한 외피로 된 주머니가 그것을 보호했다. 거대한 전갈은 또 다리가 쌍으로 있어 걸을 수도 있었다.

4. 잠자리의 출현

세계 최초의 곤충들 가운데 일부도 이 시기에 출현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볼 만했던 것은 잠자리였다. 잠자리가 어떻게 나는 것을 배웠는지는 아직도 수수께끼다. 그러나 아마 풀과 나무가 출현한 것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곤충이라면 모름지기 나무를 기어오르고 기어내리기보다는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풀썩 뛰어가거나 활공을 해서 날아가는 게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아마 그래서 잠자리도 날개를 개발하게 되었을 것이다. 날개는 거대한 전갈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딱딱한 외피로 된 주머니에서 왔다.

아마 처음에는 잠자리가 이 작은 날래를 그냥 풀썩 뛰는 데 썼을 것이다. 그러다 거리를 조금씩 넓혀 첫 번째 도약을 했을 것이고, 날개가 점차 커지면서 활공을 하고 낙하를 하고 마침내 날개를 치는 곡예가 가능해졌을 것이다.

물론 날개를 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그러나 다행히 그때는 공기 속 산소가 풍부해, 처음으로 하늘을 날기 시작한 이 잠자리들이 새롭고 힘든 일을 시도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 부족하지 않았을 것이다. 남아돌 정도로 풍부한 산소는 공기의 밀도도 높여, 잠자리들은 좀 더 쉽게 이륙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풍부한 산소는 이들이 크게 자라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이 화려한 선사시대의 비행사들은 오늘날의 갈매기만큼이나 컸다. 이들은 자유자재로 뛰어오르고 뛰어내리고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다녔다. 하늘을 완전히 지배하며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다른 곤충을을 잡아 먹었다. 한마디로 경쟁자가 없었다.

5. 잠자리의 겹눈

그러자 작은 곤충들도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기발한 장치를 개발했다. 바로 오늘날 우리가 집파리에게서 볼 수 있는, 정교하게 접는 날개였다. 접는 날개는 작은 곤충들이 자기들보다 훨씬 크지만 날개가 고정된 포식자들이 들어올 수 없는 좁은 공간에도 기어들어갈 수 있게 해주었다. 이렇게 날개를 접을 수 있는 곤충들은 오늘날 살아 있는 생물들 가운데 가장 큰 집단이며, 이는 접는 날개가 아주 성공적인 자연의 발명품임을 말해준다.

육지에 터를 잡은 생물들에게 또 하나 필요한 것은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잠자리는 아주 정교한 겹눈을 발달시켰다. 이것은 아주 작은 낱눈 3만 개로 이루어졌고, 낱눈은 거의 360도를, 달리 말하면 거의 ‘사방’을 볼 수 있도록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다.

잠자리 화석은 세계의 많은 곳에서 발견되었지만, 가장 볼 만한 것은 잉글랜드의 더비셔에 있는 볼소버라는 작은 광산촌에서 발견되었다. 날개폭이 20센티미터인 이것은 알려진 잠자리 화석 가운데 가장 오래되었고, 오늘날 살아 있는 어떤 잠자리보다도 크다. 며칠 동안 잠자리 열풍이 영국을 휩쓸고 신문들이 대서특필을 하면서 ‘볼소버의 야수‘의 전설이 탄생했다. 

6. 육상동물의 시초

아마 첫 육상동물은 유조동물의 친척이었을 것이다. 이것들은 바다에서 꿈틀거리며 나와 해변에 달라붙어 있던 가장 초기의 식물들과 이끼들을 먹었다. 모든 절지동물의 조상인 이 동물의 후손들은 나중에 다리가 발달해 최초의 노래기와 지네가 되었다.

육지에 올라오자 이들 초기의 절지동물들은 서서히 진화해 아주 다양한 종류의 곤충이 되었다. 벌레 같은 몸통의 첫 몇 마디는 결합해서 머리가 되고, 다리 가운데 적어도 한 쌍은 더듬이로 진화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몸마디들도 하나로 결합해 흉부와 복부가 되었다.

이때 나타난 가장 중요한 곤충들 가운데 하나는 딱정벌레였다. 아마 오늘날 딱정벌레는 어떤 생물보다도 종의 수가 많을 것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것만 해도 35만 종이 넘어,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곤충 종의 약 40퍼센트에 이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모두 합치면 딱정벌레가 500만 종에서 800만 종은 있을 거라고 믿는다.

딱정벌레는 세계 최초로 유성 생식을 한 나무인 소철이 직면했던 마지막 공학적 난제로 다시 우리를 데려간다. 결국 소철의 유성 생식을 도운 것은 딱정벌레였다. 이것들은 땅속을 헤집고 다니다가 올라와서 나뭇잎들 속으로 들어갔고, 그 와중에 노란 꽃가루를 수나무에서 암나무로 옮겨 수정시킴으로써 소철의 유전자들이 결합해 씨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왔다.

7. 흙의 순환

딱정벌레는 다른 곤충들과 벌레들, 진균류와 함께 육지에서 생명을 유지시키는 것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흙을 돌보는 일을 맡고 있다. 늘 밭을 가꾸는 사람처럼 이것들은 떨어진 잎과 썩은 나무 같은 유기물질을 영양분으로 바꾸어 흙을 비옥하게 함으로써 내일의 풀과 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해준다. 

살아있는 생물이 없었다면 흙도 없었을 것이다. 달의 표면처럼 지구의 표면도 먼지와 암석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암석 가운데 일부가 비바람에 풍화되고 용해되어 진흙과 가는 모래의 형태로 바다로 씻겨 내려갈 수는 있었겟지만, 채소밭을 가꾸는 푸석푸석한 검붉은 흙은 지구상에 생명이 없었다면 결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수백만 년에 걸쳐 지구상의 모든 흙은 새롭게 재생되고 갱신되었다. 이것을 흙의 순환이라고 한다.

지금은 석탄기의 흙이 남아 있지 않다. 오늘날 가장 오래된 흙도 수백만 년밖에 되지 않았다. 바람과 물, 얼음, 지각 판의 움직임으로 흙도 암석처럼 늘 뒤섞이고 씻겨 내려갔다. 풍화된 암석과 광물질, 유기물질로 이루어진 흙은 석탄기에 육지에서 풀과 나무가 무수히 자라기 시작했을 때 처음 나타났다. 식물은 수세기 동안 비바람을 맞은 바위와 바위 틈에 자리를 잡았다. 식물은 뿌리가 발달하면서 바위를 더욱 부서뜨렸다.

식물은 풍부한 식량원이었으므로 진균류와 벌레들, 유기물질을 먹고 사는 진드기 같은 다른 절지동물들을 꾀었다. 그리고 이런 동물들은 지난 4억 년 동안 땅을 헤집고 다니면서 땅을 파내기도 하고 뒤집기도 해 공기와 비바람에 노출시켰고, 흙은 더욱 부서져 늘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수 있게 해주었다.

풀과 나무의 형태로 공급되는 풍부한 식량과 그 어느 때보다도 많아진 산소, 시원한 기후, 쉼터를 제공하기에 좋은 환경으로 이제 생물의 다음번 이야기가 펼쳐질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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