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친구들

어떻게 육지의 식물이 마침내 키 큰 나무로 진화하고, 땅이 곤충과 벌레, 진균류가 공급하는 영양분 가득한 흙으로 덮이게 되었을까?

1. 남조류의 후손

수백만 년 동안 지구의 메마른 땅 덩어리에 폭우가 쏟아지더니 지면이 잘게 부서져 질척한 개흙으로 변했다. 이때는 대기 속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 비가 산성을 띤 탓에 암석의 침식과 풍화가 가속되었다. 최초의 식물은 작은 해초나 푸른 이끼처럼 보이는 질퍽한 것에 불과했다. 이것들은 남조류의 후손이었고, 바닷가와 강, 시내에 붙박여 살았다.

이렇게 물에 잠긴 작은 이끼 덩어리가 물가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도 살 수 있는 크고 멋진 나무로 변한다는 것은 공학적으로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거친 들판에서도 무성하게 자랄 수 있는 키 큰 나무를 설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한번 생각해보자. 먼저 똑바로 서 있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론상 키가 10미터인 나무는 풍력 10의 허리케인에도 쓰러지지 않고 견딜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둘째, 나무 전체를 유지하려면 물과 영양분이 꾸준히 공급되어야 한다. 나무에서 영양분을 만드는 부분, 즉 꼭대기에 있는 잎들이 되도록 해와 가까워야 하고, 따라서 나무가 울창해 어두운 숲에서는 다른 나무들에 햇빛이 가리지 않도록 키가 커야 한다. 그러나 키가 크려면 땅속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는 물의 주요 원천으로부터 그만큼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나무가 미래 세대에도 번성할 수 있으려면 번식에도 성공해야 한다. 그렇다면 씨를 그냥 땅에 떨어드려서는 안 된다. 햇빛과 식량, 물을 두고 부모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어린 나무가 잘 자랄 수 없다. 그렇다면 씨를 먼 곳에 퍼뜨려야 하는데, 나무가 걸어 다니지도 못하고 헤엄쳐서 가지도 못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2. 나무의 설계

나무를 설계하는 일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아마 그래서 가장 먼저 나타난 식물들, 즉 이끼식물로 분류되는 선류, 태류, 뿔이끼류가 어느 곳보다도 물가에서 가까운 곳을 가장 좋아하고 강어귀나 시냇가의 후미진 곳에서만 번성했는지도 모른다.

이것들은 키가 커야겠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키가 작은 상태를 유지해 바람을 피하고 물을 찾기 쉬운 곳에 딱 달라붙어서 말라죽지 않는 게 상책이었다. 이런 식물들은 제대로 된 뿌리나 잎, 물과 양분을 나르는 내부 배관 시설도 없었다. 

그러나 나무와 풀이 드넓은 황무지를 개척하려면 이렇게 성의 없는 태도로 바다에서 벗어나려고 해서는 안되었다. 그것은 장기적 해결책이 아니었다. 그런데 약 4억2천만 년 전에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징후들이 ‘관다발’식물의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했고, 궁극적으로는 세상의 모든 나무와 숲이 이것들로부터 나왔다.

그러나 최초의 관다발식물은 사실 초라했다. 이것은 발아하면 약 50센티미터밖에 자라지 않았고, 줄기는 두껍고, 잎은 단단하고 가시투성이였다. 우리가 이 식물에 대해 아는 것은 스코틀랜드의 애버딘에서 북동쪽으로 40킬로미터쯤 떨어진 라이나라는 마을에서 이루어진 특이한 발견 덕분이다.

1912년에 이 지역 의사이며 아마추어 지질학자였던 윌리엄 매키는 근처에 있는 땅을 조사하러 나갔다가 뜻밖의 발견을 했다. 여기저기서 흙을 파내다가 암석에 화석이 되어 완벽하게 보존된 식물종을 발견한 것이다.

3. 관다발 식물의 리그닌

약 4억 년 전 라이니는 아주 뜨거운 웅덩이에서 진흙이 부글부글 끊는 가마솥 같은 곳이었다. 거대한 간헐천이 땅속 깊은 곳에서 규소로 가득 찬 뜨거운 물을 분수처럼 내뿜었다. 규소는 모래와 바위를 이루는 요소들 가운데 하나다. 이 규산염 물은 근처에 있는 풀 위로 떨어질 때 그것들을 바로 죽이지 않았다. 그것은 식으면서 풀을 석화(石化)해 완벽한 돌 화석을 만들었다.

라이니의 화석들은 과학자들이 이 식물들이 무엇으로 만들어졌고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정확히 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잘 보존되어 있었다. 이 관다발식물들은 영리하게도 식물의 세포벽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리그닌이라는 화학물질을 발명했다. 리그닌이 없거나 별로 없는 식물은 풀이나 정원에서 자라는 꽃처럼 작고 힘이 없다. 이런 식물의 줄기는 단단해 보여도 속에 있는 물의 힘으로만 지탱된다. 그래서 물을 적게 주면 풀이나 꽃이 시들어버린다.

그러나 줄기에 리그닌이 있는 식물은 가뭄이 들어도 똑바로 서서 견딜 수 있다. 아주 자세히 보면 리그닌에 의해 단단해진 세포들은 층층이 정교하게 잘 짜여 목질이라는 나무의 신비한 부분을 만들어 낸다. 리그닌은 또 광물질과 물을 끌어올려 나무 전체로 전달해주는 관도 만들어준다. 

리그닌은 라이나아 식물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이것은 이제 멸종되었으나, 그 후손은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아니 목질로 된 것은 모두 결국은 이 초기 육지 개척자의 후손이다. 물론 줄기가 단단한 이 작은 식물이 훤칠한 나무가 되기까지는 많은 세월, 적어도 4천만 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지만 말이다.

4. 초기의 나무

우리가 석탄기에 이르렀을 즈음에는 나무들이 엄청나게 많이 자라고 있었다. 석송류라는 가장 초기의 나무는 구조가 단순했다. 이것은 뿌리와 가지가 있고, 가지는 ‘Y’ 자로 갈라졌다. 그러나 키도 아주 클 수 있어, 레피도덴드론같은 어떤 나무들은 너비가 2미터에 이르고 높이도 20층 건물만 했다.

바람이 불지 않아 빈 통나무 속에서 긁는 소리가 나거나 가지에서 희미하게 수선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이 선사시대의 세계는 으스스할 정도로 아주 조용했다. 동물도 거의 없고, 새도 없었다. 새들이 나타나기에는 아직 너무 일렀다. 풍경도 사방이 거의 똑같았다.

똑같아 보이는 나무들이 녹색이 도는 갈색을 띠고 사방으로 끝없이 빽빽이 펼쳐져 있었다. 이때는 색다른 것들이 아주 적었다. 꽃도 없었다. 지구에 첫 꽃이 피는 것을 보려면 아직도 1억5천만 년 넘게 기다려야 했다. 나무에 비하면 꽃은 현대의 유행이다.

5. 광합성의 시작

태곳적 숲을 지배했던 석송류는 한 가지가 부족해 결국 서서히 감소하다가 약 2억7천만 년 전에 멸종했다. 이것은 진짜 잎이 없었다. 그래서 주로 줄기에 있는 비늘과 가지에 달린, 길고 가는 잎사귀처럼 생긴 것으로 광합성을 했다.

결국 가지 끝에 달린 작은 녹색 태양전지판을 만들어내겠다는 생각을 해낸 것은 라이니에서 발견된 관다발식물의 친척 진엽식물이었다. 이것은 말 그대로 ‘진짜 잎이 있는 식물’ 이라는 뜻이다, 오늘날 살아 있는 나무는 대부분 이것의 후손이다.

진엽식물은 금방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고, 양치류와 속새류도 그 가운데 하나다. 만일 석송류와 양치류, 속새류가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의 삶은 정말 많이 달랐을 것이다.

이 초기 나무들은 육지에서 수백만 그루가 자랐다. 그리고 죽으면 대부분 질퍽한 늪에 가라앉아, 수백만 년 동안 열과 압력에 의해 압축되고 단단해지고 화학적으로 변하고 물리적으로 변해 마침내 석탄이 되었다. 이 화학 에너지의 원천은 훗날 산업혁명의 밑거름이 되었다. 

6. 나무의 성장

리그닌 덕분에 나무가 강해지고 잎이 태양에너지를 붙잡아 양분을 만들었지만, 나무는 여전히 물을 꾸준히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나무 꼭대기까지 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물은 대개 땅 밑으로 몇 미터나 들어가야 있었고 그것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나무는 이런 상황에 두 가지 방식으로 대응했다. 하나는 도와줄 친구를 아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고, 하나는 기발한 설계였다. 

나무뿌리는 물을 찾으려고 밑으로 자란다. 그러나 아주 다재다능한 다른 생물 집단에 도와달라고 요청할 때도 많다. 오랫동안 식물로 분류되었지만 식물도 아니고 동물도 아닌 진균류는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 자기들만의 지하 왕국을 이루고 있다. 

진균류가 바다에서 육지에 오른 것은 아주 작고 가벼운 홀씨가 바람에 잘 날아다니기 때문이다. 진균류는 최초의 식물들이 해변에서 자라기 시작했을 때와 거의 같은 시기에 육지에 왔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구에서 가장 작은 것에서 가장 큰 것까지 아주 다양한 생명체로 발전했다. 작은 것은 세포 하나의 크기밖에 안 되는 것도 있다. 전 세계에서 빵과 케이크를 만들 때 쓰는 이스트가 한 예다. 이스트는 설탕을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바꾸는 발효 과정을 이용해 자란다.

7. 진균류의 역할

진균류는 대부분 땅속에서 산다. 이것은 실처럼 생긴 균사가 정교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으며, 이것들이 모여 균사체라는 덩어리가 된다. 사람들이 흔히 진균류라고 생각하는 버섯은 균사체의 열매일 뿐이며, 이것은 이따금씩 땅 위로 솟아나와 홀씨를 퍼뜨려 번식할 수 있게 한다.

진균류는 아주 거대한 균사체를 가질 수 있다. 사실 오늘날 지구에서 가장 큰 생물은 진균류다. 최근에 미국의 미시건 주에서 발견된 털투성이 야수처럼 생긴 진균류는 땅속을 5킬로미터 이상 뻗어 있고, 무게도 10톤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것은 또 1500년 이상 살아 지구에서 가장 오랫동안 생존한 것들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진균류는 전 세계 생태계의 청소부다. 이것은 땅에 떨어진 잎에서부터 우리 발가락 사이에 낀 죽은 피부에 이르기까지 죽어서 썩는 물질을 처리하고 분해한다. 인간 청소부는 쓰레기를 치울 때 대게 태우거나 땅에 깊은 구덩이를 파 그곳에 버린다.

그러나 자연의 청소부인 진균류는 생물이 죽어서 남긴 쓰레기를 썩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영양이 풍부한 물질로 바꾸어 풀과 나무가 잘 자라도록 비료를 준다. 진균류는 지구에서 계속되는 삶과 죽음의 순환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연결 고리다.

자연에서는 흔히 그러듯이 생물들은 서류 다른 집단끼리 팀을 이루어 서로 이익을 주고받는다. 진균류는 자기가 모은 양분과 물의 일부를 나무에게 주고, 나무는 대신 잎에서 만들어낸 당분을 진균류에게 준다. 이렇게 되면 나무는 물과 양분을 모을 수 있는 능력이 아주 많아지고, 진균류도 먹이를 얻어먹을 수 있다.

때로는 진균류 하나가 땅속에서 살며 많은 나무에 달라붙기도 한다. 그러면 나무들도 서로 연결되어, 마치 중세의 춤을 출 때처럼 하나로 연결된다. 이러한 관계를 ‘균근’이라고 부른다. 오늘날 꽃이 피는 식물의 80퍼센트는 땅속 진균류와 서로 이익이 되는 관계를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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