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한 변화

동물의 왕국에 기거하는 수백만 종의 생물 중 95퍼센트 이상이 시각이라는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 동물마다 눈이 있지만 세상을 보는 시각은 종류마다 제각기 다르다. 동물의 눈은 생활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외관, 크기, 배치 형태가 모두 다르고 다양하다.

조류는 동물 중에서도 가장 날카로운 눈을 지녔다. 높은 곳을 날면서 사냥감을 찾으려면 시력이 월등해야 한다. 특히 맹금류는 가장 진화한 눈을 가졌는데 독수리는 1.6킬로 밖에서 먹이를 추적할 수 있다. 시속 320킬로로 급강하하는 순간에도 표적의 위치를 정확히 포착한다. 독수리가 사냥에 성공하는 것은 눈의 해부학적 구조 덕이다. 보통은 눈이 클수록 시력이 좋은데 독수리의 눈은 매우 크다. 독수리의 체중은 인간보다 45킬로나 적지만 눈의 중량은 인간과 동일하다. 더구나 인간 안구의 뒷면에 평방밀리당 20만개의 빛 감지 세포가 있는데 독수리는 100만 개로 해상도가 5배나 높다. 또한 인간에 비해 수정체가 더 평평하고 망막과의 거리도 멀다. 그 결과 먼 거리를 망원경처럼 또렷이 보고 인간 시력의 3배 배율로 먹잇감을 확대해 볼 수 있다.이렇게 놀라운 눈을 가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진화다. 진화는 임의적이고 미세한 유전자 변화로 이루어진다. DNA가 다른 세대로 전달되며 변이라는 작은 오류가 발생하는데 이 변이가 악영향을 끼치기도 하지만 때로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도 한다. 생존력과 번식력을 향상시키는 변이를 통해 자연선택의 혜택을 얻고 적응할 수 없는 종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종의 99퍼센트가 긴 세월을 거치며 멸종됐다. 살아남은 종은 변이에 의해 개성적이 특질을 소유하게 됐다. 독수리는 생태계 최강의 눈을 가진 동물로 진화했지만 긴 세월에 걸쳐 진화된 눈을 갖게 된 동물 중 하나일 뿐이다. 지구에 존재하는 각종 동물이 전부 자신의 조상에게서 눈을 물려받은 건 아니다. 눈은 계통에 따라 여러 차례 진화했다. 종은 완전히 달라도 눈을 형성하는 동일한 유전자를 통해 진화를 거듭했다. 파리와 오징어, 인간 등이 다 그렇다.6억년전 지구의 바다는 고요했다. 거대한 포식자와 싸울일도 없었고 공격태세를 갖춘 생물도 없었다. 해양 생태계는 단순했다. 동물은 소형과 극소형의 2종류로 나뉘었다. 무장하지 않은 연약한 몸으로 느리게 움직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때 시각이 극도로 발달한 생물군이 하나 있었는데 지금의 해파리와 같은 계통의 생물이었다. 해파리는 해부학적 구조가 가장 단순한 동물이다. 골격과 심장, 뇌가 없이 신경조직으로 이루어졌지만 생존에 필수적인 기관을 갖고 있다. 밑면에 검은 점으로 원형을 이루고 빛을 감지하는 안점이라는 기관이다. 해파리의 시력은 인간과 다르다. 우리는 형상을 잘 포착하지만 해파리는 훨씬 흐릿한 세상을 보면서 살고있다. 종해파리는 단순한 시각으로 빛에 반응하면서 5억년이 넘는 시간동안 먹이를 찾고 천적을 피했다.형상을 볼 수 없는 여러 동물이 색의 차이를 인식하고 빛의 파장에 따라 다르게 반응했던 것이다.

캄브리아기가 시작되던 5억4,400만 년 전 생태계의 지각변동이 진행되었다. 초기의 생물은 단순하고 수동적인 성격으로 조류에 따라 흘러 다니거나 해저에 붙어 지냈다. 그러나 5천만 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잇었다. 생태계는 폭발적인 변화를 겪었다. 수천가지의 신종 생물이 등장했는데 공룡, 코끼리, 인간의 선조인 해양생물도 출현했다. 이전까지는 지구에 동물이 거의 없었는데 2,3천만년 사이의 화석에 모든 주요 동물군이 등장해 다양화 되기 시작했다. 캄브리아기 생물은 기존 생물보다 컸고 기동성이 개선됐으며, 무엇보다 전투에 쓸 무기가 강화되었다. 턱, 갈고리발톱, 방어구는 물론 가장 중요한 눈이 뚜렷한 형태를 갖게 되었다.캄브리아기 폭발 이전에는 복잡한구조의 눈이 없었다. 화석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눈은 삼엽충이라는 절지동물에게서 발견된 겹눈이었다. 머리위에 2개의 원형 기관이 달려있고 작은 원형 구조가 여러 줄 있는데 수정체가 여러 개 모인 눈이다. 삼엽충의 눈은 생태계의 치열한 무기경쟁을 뜻하는 가장 오래된 산물이다. 시력은 먹이를 찾고 포식자를 피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눈이 진화하지 않았다면 캄브리아기에 늘어난 종이 많지 않았을 것이다. 삼엽충의 눈은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삼엽충은 이 광물을 흡수해 자신의 껍질만큼이나 단단한 눈을 만들었다. 삼엽충은 이 눈으로 생존의 우위를 획득했다. 겹눈을 통해 사냥감을 뒤쫓거나 죽은 먹잇감을 찾아낸는 게 훨씬 수월해져 삼엽충은 3억 년 동안 분화를 거치며 생존하게 되었다. 그 후 대멸종을 겪으며 종 전체가 지구에서 사라졌지만 다른 절지동물은 살아남았다.겹눈의 성능을 한 차원 높인 생물이 바로 곤충이다. 육지에 가장 많은 생물 형태가 곤충인데 현생 종류만 따져도 100만이 넘고 모두 겹눈을 가졌다. 곤충은 4억년 전부터 진화하기 시작했다. 그들 중에서도 가장 진화한 잠자리는 눈 하나에 무려 2만9천개의 낱눈이 모여있어 움직임을 감지하는 성능이 강화된다.초점을 잡는 능력은 떨어지지만 처리 속도는 탁월해서 인간보다 5배나 빨리 물체를 해상한다. 곤충이 번성하면서 겹눈은 생태계에서 가장 지배적인 눈 구조가 됐다.캄브리아기 폭발에선 척추동물의 시각기관도 등장했다. 지구 생물중에 인간과 유사한 눈을 가진 동물이 다수 존재한다. 사실 척추동물의 시각기관은 한 종류로 이루어져 있는데 부드러운 세포로 이루어진 척추동물의 눈은 단안렌즈 카메라와 유사하다. 척추동물의 공통조상은 한 벌레와 유사한 원시동물이었다. 바다속을 훝는 이 동물의 눈을 형성하는 유전자는 척추동물 눈의 모든 계통으로 유전됐다. 물고기에서 상어를 거쳐 얕은 바다에서 헤엄치다가 육지라는 미지의 땅으로 시선을 돌린 양서류로 전달되었다. 이후 육식공룡이 등장하고 1억6천 만년동안 생태계를 지배하면서 먹어치운 사냥감의 뼈를 지구 각지에 화석으로 남겼다.

공룡은 사냥감을 사냥하기에 적합한 눈을 갖게 될 때까지 꾸준히 진화했다. 그리고 먹이동물은 공격자를 피하기에 적합한 시각으로 진화했다. 포식자의 눈은 조준을 위해 점점 간격을 좁혔지만 먹이감의 눈은 점점 더 측면으로 이동했다. 360도를 볼 수 있는 토끼의 시야가 극단적인 예다. 토끼의 눈은 점점 놋이 그리고 측면으로 이동했고, 어떤 각도에서 접근하는 위험이든 감지할 수 있다. 생존을 위협하는 적과 공생하기위해 포유류는 민첩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 작은 동물들은 미개척 분야인 야간 시간대에 적응했고 어둠 속에서도 잘 볼 수 있는 야간 시력을 키워갔다. 현대 포유류의 많은 종류가 좋은 야간 시력을 가졌다. 주행성 동물과 야행성 동물의 눈은 각막의 크기가 다르다. 주행성 원숭이는 빛을 많이 수집할 필요가 없어 각막이 매우 작다. 야행성 여우원숭이는 각막이 굉장이 넓어서 안구의 전면을 거의 다 덮고있다. 감도와 정확성을 겸비한 시각이 필요하기 때문에 눈의 크기를 계속해서 키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형 고양잇과 포유류는 빛나는 눈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휘막은 사냥감이 잘 보이도록 하는 동시에 야간 활동을 하는 다른 포식자를 위협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이들은 인간에게필요한 빛의 6분의1만 있어도 물체를 볼 수 있다.반면에 인간의 눈은 같은 포유류면서도 밤에 물체를 뚜렷이 보기 힘들다. 3천만년 전 인간의 조상이 야행성을 버리고 낮을 택했기 때문이다. 낮시간에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이전에는 못봤던 세계를 볼 수 있는 눈으로 진화했다. 지금인간의 눈은 230만 가지의 색깔을 컴퓨터를 능가하는 속도로 정확히 판독할 줄 안다. 인간은 색상 판독력이 낮아도 살 수 있는 다른 동물보다 월등한 색각을 지녔다. 그리고 영장류는 양안시라는 중요한 적응 형태를 얻었다. 두 눈이 같은 방향으로 향하면 거리 지각력이 생겨 영장류엑 손과 눈의 협응력을 부여하게 된 것이다. 양안시를 얻기 위해 희생된 요소도 있었다. 시야 범위가 축소된 것이다. 동물 대부분은 두개골 측면에 눈이 달려 이를통해 360도 볼 수 있는데 영장류가 이 특질을 포기한 순간부터 맹금류의 위협이 시작되었다. 위기에 처한 영장류는 서로에게 의지하는 법을 배웠다. 천적에 맞서고자 무리생활을 택한 것이다. 이를 통해 안전을 희생하지 않고도 발달한 양안시의 장점을 유지했다. 이들은 협력을 통해 적을 감시하는 과정에서 뇌가 커지고 지능이 발달하는 부수 효과를 얻었다. 시각적 정보를 이해 할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지능이 발달했다. 적을 피하기 위해 무리생활을 하면서 뇌의 크기를 키워간 급속한 변화를 통해 인간의 시조가 된 영장류가 독특한 특질을 갖추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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